[영화에서 배우다 #5] 피아노 선율 끝에 남은 미소: 《라라랜드》의 선택이 일하는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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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라라랜드》의 마지막 장면을 볼 때마다 가슴 한구석이 묘하게 먹먹해지곤 합니다.

재즈 클럽에서 우연히 마주친 미아와 세바스찬. 세바스찬이 건반을 누르기 시작하자, 두 사람의 머릿속에는 5분 남짓한 꿈같은 if의 세계가 펼쳐집니다.

‘만약 그때 오디션 대신 그를 따라갔다면’, ‘만약 그때 파리에서 함께 머물렀다면’이라는 가정 위에 세워진 완벽하고 행복한 평행우주. 하지만 곡이 끝나고 현실의 조명이 켜지면, 두 사람은 각자의 자리에서 서로를 담담히 바라보며 엷은 미소와 가벼운 눈인사를 나눈 채 돌아섭니다.

그 눈빛에는 가보지 못한 길에 대한 아릿한 슬픔과 애틋함, 그리고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살아온 서로를 향한 따뜻한 응원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습니다.


‘완벽한 선택’이라는 환상이 만드는 멈춤

살면서, 그리고 프로젝트 현장에서 우리는 매일 크고 작은 선택의 기로에 섭니다.

아키텍처의 큰 틀을 잡는 기술적인 결정부터 새로운 기능을 검증하는 일, 한정된 자원을 어디에 먼저 투입할지 정하는 우선순위 판단까지. 그 수많은 갈림길 앞에서 사람들은 “가장 안전하고 완벽한 답”을 찾으려 애를 씁니다.

하지만 앞선 글들에서도 이야기했듯, 모든 변수가 통제되는 완벽한 환경이란 현실에 존재하지 않습니다. 모든 길을 미리 다 걸어보고 결과를 확인한 뒤에 움직일 수 있는 프로젝트는 없습니다.

완벽한 선택을 하겠다며 분석과 회의만 길어지다 보면, 실행 타이밍을 놓치고 팀의 추진력도 힘을 잃고 맙니다. 현장에서 가장 위험한 순간은 ‘틀린 결정’을 내렸을 때가 아니라, 후회가 두려워 아무것도 결정하지 못한 채 제자리에 멈춰 서 있을 때입니다.


중요한 것은 ‘과거의 가정’이 아니라 ‘지금의 대응’입니다

릴리즈를 마친 뒤나 스프린트가 끝난 뒤 회고를 하다 보면 이런 이야기들이 자주 나옵니다.

“그때 요구사항을 다 안고 가지 말고 핵심만 먼저 쳐내서 배포했어야 했는데.”

“일정이 빠듯할 때 일정 조정을 먼저 논의했어야 했는데.”

이미 지나간 일 앞에서 ‘그때 다른 선택을 했더라면’이라는 가정에 매달리는 것은 팀을 지치게 만들 뿐입니다.

그 순간 우리가 가진 데이터와 제약 조건 속에서 내린 결정이었다면, 그 선택은 당시로서는 최선의 판단이었을 겁니다. 예상치 못한 문제가 터지거나 시장의 반응이 기대와 다르게 흘러간다고 해서, 그 결정을 내렸던 과거의 팀원들을 탓하거나 자책에 빠질 이유는 없습니다.

진짜 중요한 질문은 ‘그때 왜 그랬을까’가 아니라, ‘지금 마주한 현실을 바탕으로 우리는 어떻게 방향을 틀어 앞으로 나아갈 것인가’입니다.


방향을 틀며 나아가는 힘(Pivot & Adapt)

세상은 계속 변하고, 우리가 아무리 치밀하게 계획을 세워도 예측 밖의 일은 반드시 벌어집니다.

그렇기에 일 잘하는 팀의 강점은 처음부터 완벽하게 앞을 내다보는 데 있지 않습니다. 계획이 현실과 부딪혀 어긋났을 때, 불필요한 고집이나 미련을 내려놓고 빠르게 방향을 조정(Pivot)하며 유연하게 적응하는 실행력에 있습니다.

우리가 지나온 과정에서 뜻대로 풀리지 않았던 일들이 있더라도, 그 과정에서 배운 교훈이 팀의 근육으로 남았다면 그것은 실패가 아닙니다. 다음 스프린트에서 더 나은 선택을 내릴 수 있는 가장 단단한 자산을 얻은 셈입니다.


지나온 길에 미소를 보낼 수 있도록

미아와 세바스찬이 가보지 못한 길에 대한 아쉬움을 가슴에 묻은 채 서로의 선택을 인정하고 각자의 길을 향해 미소를 지어 보였던 것처럼, 우리 역시 일과 삶의 수많은 갈림길 앞에서 늘 흠 없는 정답만을 골라낼 수는 없습니다.

모든 길을 다 걸어볼 수 없기에,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오늘 주어진 조건 속에서 최선의 결정을 내리고, 그 길에서 마주하는 아쉬움과 배움을 담담히 안고 또 한 걸음 나아가는 것뿐입니다.

지금 마주한 선택의 기로 앞에서 완벽한 정답을 찾느라 발이 묶여 있지는 않습니까?

후회하지 않으려고 애쓰기보다, 부딪히며 배우겠다는 마음으로 오늘 우리 앞에 놓인 선택에 집중하는 것. 언젠가 뒤돌아보았을 때 아쉬움 속에서도 스스로에게 엷은 미소를 지어 보일 수 있는 가장 온전한 태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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