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십은 선택이다 #10] 침묵은 결코 동의가 아닙니다: 조직을 지배하는 ‘집단 착각’을 마주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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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유튜브 채널 〈조승연의 탐구생활〉에서 하버드 대학교의 토드 로즈(Todd Rose) 교수가 출연한 대담 영상을 인상 깊게 보았습니다.

인간이 왜 타인의 눈치를 보며 자기 생각을 솔직하게 꺼내지 못하는지, 그리고 그 침묵이 어떻게 조직과 사회에 거대한 착각을 만들어내는지를 깊이 있게 짚어낸 인터뷰였습니다. 영상을 보는 내내 제가 수많은 프로젝트와 조직 현장에서 마주했던 수많은 회의와 의사결정의 순간들이 머릿속에 겹쳐 지나갔습니다.

돌이켜보면, 현장에서 일하며 가장 깊은 불안을 느꼈던 순간은 따로 있었습니다.

치열하게 이견이 오가며 부딪히고 논쟁할 때가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회의실에 무거운 정적만 흐른 채 아무도 반대하지 않고, 모두가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너무나 싱겁게 논의가 끝날 때였습니다. 겉으로는 완벽한 합의와 정렬(Alignment)이 이루어진 것처럼 보이지만, 문을 열고 나가는 순간 복도에서 들려오는 진짜 속마음은 전혀 다른 경우가 많았기 때문입니다.

모두가 동의해서 고개를 끄덕인 것이 아니라, 집단에서 소외되지 않으려는 깊은 자기 검열과 방관이 빚어낸 ‘위장된 침묵’이었던 것입니다. 토드 로즈 교수는 이 위험한 현상의 본질을 ‘집단 착각(Collective Illusion)’이라는 명확한 개념으로 짚어냅니다.


뇌의 착각과 침묵의 나선

토드 로즈 교수가 설명하는 집단 착각의 구조는 생각보다 단순하면서도 강력합니다.

“개인적으로는 동의하지 않으면서도, 집단 대부분이 그것을 지지한다고 잘못 믿기 때문에 원치 않는 방향에 기계적으로 따르는 현상.”

인간은 집단에서 소외되는 것을 두려워하도록 진화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집단의 진짜 의중을 객관적으로 파악하기보다는, ‘가장 목소리가 크고 자주 반복되는 소리’를 다수의 의견으로 착각해 버립니다.

이러한 메커니즘이 조직과 일터에 들어오면 치명적인 문제가 발생합니다.

소수의 큰 목소리가 ‘대세’로 굳어집니다.
실제로는 10%도 되지 않는 편향된 목소리나 직급이 높은 몇몇의 주장이 마치 조직 전체의 공통된 생각인 것처럼 포장됩니다. 합리적인 다수는 집단에서 모난 돌이 되지 않기 위해 스스로 입을 닫아버립니다(Self-silencing).

조직 내 방관자 효과가 굳어집니다.
방향이나 계획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직감하면서도, “다들 가만히 있는데 굳이 내가 나서서 총대를 메야 하나”라는 생각에 갇힙니다. 결국 아무도 반대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누구도 원치 않았던 부실한 결정이 ‘만장일치’라는 이름표를 달고 통과됩니다.


침묵이 남기는 진짜 비용

자신의 생각과 전혀 다른 결정에 침묵으로 순응하는 상태는 단순히 업무의 실패로 끝나지 않습니다. 함께 일하는 동료들의 마음을 서서히 갉아먹습니다.

속마음과 행동이 일치하지 않을 때 생기는 인지 부조화는 지속적인 스트레스를 낳고, 조직에 대한 냉소로 이어집니다. “어차피 말해봤자 바뀌는 것은 없다”는 무기력감이 팀 전체로 번져나가는 것입니다.

하지만 토드 로즈 교수의 말처럼, 거대해 보이는 집단 착각은 생각보다 허약한 바탕 위에 서 있습니다.

누군가 용기를 내어 “잠깐만요, 제 생각은 조금 다릅니다”라고 솔직하게 화두를 던지는 순간, “사실 나도 그렇게 생각했다”며 견고해 보이던 침묵의 벽이 순식간에 허물어지는 광경을 우리는 종종 목격합니다.


도구와 지표 이전에 ‘진짜 대화’를 회복하는 일

새로운 협업 툴을 도입하고 대시보드를 화려하게 채운다고 해서 잘못된 의사결정이 줄어들지는 않습니다.

우리가 진정으로 회복해야 할 것은 복잡한 시스템 이전에, 서로의 솔직한 생각을 꺼내놓을 수 있는 ‘심리적 안전감(Psychological Safety)’입니다.

거창한 전체 회의나 보고 자리 이전에, 두세 명이라도 편안하게 생각을 나눌 수 있는 작은 대화의 자리가 더 많아져야 합니다.

“다들 동의하시죠?”라는 식의 확인형 질문 대신, “우리가 지금 놓치고 있는 위험은 무엇일까요?”, “당신의 솔직한 생각은 어떻습니까?”를 묻고 경청해야 합니다.

다른 의견을 내는 사람을 ‘진행을 방해하는 사람’으로 볼 것이 아니라, 잘못된 집단 착각에서 조직을 구해내는 가장 소중한 안전장치로 받아들여야 합니다.


우리가 ‘대세’라고 믿는 것은 진짜일까요

현장에서 일하다 보면 “다들 그렇게 생각합니다”라거나 “원래 이렇게 해왔습니다”라는 말을 자주 듣습니다.

하지만 그 ‘모두’는 정말로 존재하는 다수일까요? 아니면 몇몇의 큰 목소리와 어색한 침묵이 만들어낸 착각일 뿐일까요?

오늘 누군가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지나쳤다면, 그것을 동의로 쉽게 단정 짓지 말아야 합니다. 침묵 뒤에 숨겨진 진짜 고민을 끄집어내고 기꺼이 이견을 마주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조직은 가짜 확신에서 벗어나 단단한 목적지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 [함께 보면 좋은 영상]

이 글의 문제의식을 깊이 있게 사유해 볼 수 있는 토드 로즈 교수의 대담 영상입니다.

👉 조승연의 탐구생활: 당신이 눈치만 보고 말을 못하는 진짜 이유? (ft. 집단 착각, 토드 로즈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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