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서 배우다 #2] 정답이 없는 프로젝트 현장, 우리가 붙잡아야 할 카르페 디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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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인생 영화를 묻는다면 저는 주저 없이 《죽은 시인의 사회》를 이야기합니다.

많은 이들이 토드가 교탁 위에 올라서서 “오, 캡틴! 나의 캡틴!”을 외치던 마지막 장면을 최고의 명장면으로 꼽지만, 제 기억에 더 오래 머무는 순간들은 조금 다릅니다.

닐의 비보를 듣고 뛰쳐나간 친구들의 시선에 닿던 황량하고 차가운 설경, 단정한 교복 위에 더플코트를 걸쳐 입고 숨 가쁘게 뛰어다니던 아이들, 석조 건물로 둘러싸인 고루한 교실을 벗어나 잔디밭과 계단에서 아이들의 호기심을 끌어내던 키팅 선생님의 수업 방식, 그리고 낡은 도서관의 묵직한 공기 같은 것들입니다.

영화를 보고 난 뒤, 영화 속 학생들이 입었던 그 더플코트가 너무 입고 싶어 동네 옷가게들을 며칠씩 뒤졌던 기억이 납니다. 그 시절 딴에는 비슷한 것을 찾았다고 뿌듯해했지만, 지금 사진을 들춰보면 폼도 어색하고 투박하기 짝이 없던 떡볶이 코트였습니다. 옷 하나 흉내 내는 데 그쳤을지라도, 그 영화가 제 가치관에 던진 파장은 결코 가볍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언제부터 ‘정답’이라는 환상에 갇혔을까

학창 시절 종종 떠올리던 생각이 있습니다. ‘만약 그때 내 곁에도 키팅 선생님 같은 분이 계셨다면 내 삶의 궤적은 조금 달라졌을까? 그때 조금 더 용기를 내어 남들이 가지 않던 길을 택할 수 있었을까?’

학교를 졸업하고 사회에 나와 프로젝트와 비즈니스를 마주하면서, 우리는 끊임없이 “정답을 내놓으라”는 압박을 받습니다. 시장은 요동치고 기술은 자고 일어나면 바뀌는데, 조직의 윗선이나 시스템은 과거의 성공 방식만을 고집하며 남들이 닦아놓은 안전한 길만 걸으라고 요구합니다. 그것이 효율적이고 안전하다는 이유로 말입니다.

하지만 수많은 프로젝트 현장을 거치며 깨달은 사실이 하나 있습니다.

복잡하고 불확실한 현실에서 ‘처음부터 완벽한 정답’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섣부른 단정을 경계하고 배우는 겸손

돌아보면 저 역시 연차가 낮고 경험이 부족했던 시절에는 시야가 좁아 섣부르게 단정 짓곤 했습니다.

지금 알고 있는 지식이나 기술이 전부인 줄 알고 제 생각만 앞세우다 보니, 보이지 않는 변수를 놓치거나 팀원들의 현실적인 고민을 깊이 헤아리지 못해 불필요한 시행착오를 겪기도 했습니다. 경험이 쌓이지 않았으니 당연히 인사이트의 깊이도 얕았고, 그만큼 여러 가지 불편함과 아쉬운 순간들이 남았습니다.

세상일이라는 게 내 노력만으로 되는 것도 아니고, 주변 환경이나 운 같은 통제 밖의 변수가 늘 끼어들기 마련입니다. 아무리 지금 내 눈에는 최선으로 보이는 방향이라도, 시야를 조금만 넓히거나 다른 관점에서 들여다보면 허점투성이인 경우가 부지기수입니다.

완전하지 않은 사람들이 모여 불완전한 의견을 주고받는 것이 프로젝트의 진짜 민낯입니다.

그렇기에 일하는 사람에게 가장 중요한 태도는 ‘내 생각이 맞다’는 고집을 내려놓고, 오늘 주어진 현실을 겸손하게 인정하는 것입니다. 억지로 누군가를 설득하려 들기보다 내 생각을 투명하고 진솔하게 드러낼 때, 비로소 동료들의 마음이 움직이고 함께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현장에서 다시 정의하는 ‘카르페 디엠(Carpe Diem)’

키팅 선생님이 학생들의 귓가에 속삭이던 “카르페 디엠(오늘을 붙잡아라)”은 그저 하루를 즐기며 살라는 낭만적인 격언이 아닙니다.

과거의 관성에 얽매이지 말고 오지 않은 미래를 미리 걱정하지도 말며, 오늘 우리 앞에 놓인 현실을 담담히 마주하고 일단 한 걸음 내딛는 일입니다.

이것을 실행 현장으로 가져오면 세 가지 실천으로 이어집니다.

  • 완벽한 계획보다 작은 가설 검증: 몇 달 뒤의 완벽한 결과물을 책상 위에서 탁상공론하기보다, 지금 당장 해볼 수 있는 작은 시도를 통해 현실의 피드백을 얻습니다.
  • 틀릴 수 있는 자유 (Psychological Safety): 누군가의 의견이 틀렸다고 쉽게 재단하기보다, 다른 시선으로 문제를 바라볼 수 있도록 서로의 생각을 존중해 줍니다.
  • 투명한 정보 공유와 솔직한 대화: 1편에서 이야기했듯 도구의 칸을 채우기 위한 형식적인 보고를 멈추고, 지금 우리가 어디서 헤매고 있는지 있는 그대로 털어놓는 자리를 만듭니다.

정답이 없기에, 우리는 함께 시도합니다

불완전한 세상에서 팀이 길을 잃지 않는 방법은 생각보다 단순합니다.

완벽한 나침반을 쥐고 있다고 믿는 한 사람의 생각을 무작정 따르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생각을 솔직하게 꺼내놓고 영감을 주고받으며 한 팀으로 올바른 방향을 함께 찾아가는 것입니다. 그 과정에서 방향이 조금 틀어졌다면 겸손하게 인정하고 다시 조정하면 됩니다.

그 옛날 서툴게 걸쳐 입었던 떡볶이 코트처럼, 지금 우리가 내딛는 시도 역시 남들 눈에는 어딘가 어설프고 불완전해 보일지 모릅니다.

하지만 아무런 고민 없이 남들이 정해놓은 길을 따라 걷는 것보다, 동료들과 함께 발을 맞추며 오늘 우리만의 의미 있는 한 걸음을 만들어가는 것. 그것이야말로 현장에서 일하는 우리가 매일 붙잡아야 할 진짜 ‘카르페 디엠’이 아닐까 합니다.

오늘 여러분의 팀은 관성에 기대어 일하고 있습니까, 아니면 오늘 주어진 현실 속에서 새로운 시도를 시작하고 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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